1부. 게임 기획자입니다
내가 경험한 게임 기획자의 공통적인 성향은 그것이 무엇이건 정말 진심이라는 점이다. 모두의 1순위인 게임을 제외한다면 2순위는 아주 다양했다. ...중략... 이런 '덕후' 기질이 게임 기획자만의 것이라 보긴 어렵지만 일반인들보다 한 가지에 파고드는 성향은 확실히 강한 것 같다. 2순위인 일에도 준전문가 수준은 된다. _ 28~29p.
내가 가진 덕후력은 무엇에 존재하는가? 현재는 칵테일. 타로? 음악...? 운... 동...?
시스템 기획의 일이 많아진다면 콘텐츠 기획자가 그 일을 맡기도 한다. 그러면 덜컹거릴 수는 있어도 어찌어찌 일이 굴러간다. 반대로 콘텐츠 기획자의 일을 시스템 기획자가 맡으면 완전히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텐츠 기획은 순수 창작에 가까워서 특유의 감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_ 31p
게임 기획자에 필요한 공부는 초등학교 떄부터 시작된다. 바로 국영수다. _ 56p
"게임 기획자로 취업하고 싶나요?"
면접 시; '게임 기획에 대한 정의', '게임 시스템에 대한 정의', '스토리텔링의 개념'_60~64p
나의 답변; 게임이란 시스템이라는 규칙에 스토리라는 스킨을 씌운 것. 게임 기획은 규칙과 스킨을 만들어내는 작업. 그 둘은 각각 완성되어있어야 하며, 합쳐졌을 때도 유기적이어야 한다.
2부. 출근을 합니다
게임 기획자의 하루가 재미있는 이유는 같은 하루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획서를 쓰더라도 매번 다른 기획서, 회의를 하더라도 매번 다른 회의, 가장 지겹다는 데이터 작업 역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은 없다. _ 74p
게임 회사의 특수성은 공동 창작을 한다는 점이다. 창작자라면 누구다 특유의 고집이 있기 마련이다. 취향과 생각이 각자 다르다. 회의를 하다 보면 취향으로 많이 싸운다. 취향은 답이 없다. ... 가끔씩 일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논쟁도 벌어진다. _ 80p
특히 소규모 개발에서, 기획자가 담당한 분야가 각자 있다고 해도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배경이라던가 레시피를 해금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는데, 애초에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해결법을 찾기는 힘들었고, 취향의 영역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의미한 회의가 되지 않게 : 내가 생각하는 생산적인 회의는 어떤 식으로건 결론이 나는 회의다. ...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브레인스토밍에 머무는 회의를 많이 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브레인스토밍으로 시작했더라도 어떤 식으로건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세운 회의 원칙 중 하나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대안이 있는 상태에서 비판한다'이다. ... 논리는 게임 기획자 최고의 무기다. _ 80~81p
카톡으로 진행하는 회의는 원하는 때 대답을 받아볼 수 없고, 금방 다른 얘기로 흐르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완전히 생각하고 논리를 정립한 후 대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면대면 회의에서는, 보다 해석해야 할 정보가 늘기 때문에(상대의 비언어적 표현이라던가...), 또 특성상 바로바로 대답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겠지만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성장할 것.
2D 애니메이터와 3D 애니메이터 둘이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함께 일하기 싫은 유형의 게임 기획자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선을 넘는 게임 기획자였다. 대부분의 아트 작업자가 원하는 건 큰 맥락에서의 방향성이다. 그 방향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아트 작업자의 몫이다. ...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나 감각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게임 시나리오를 대사가 많은 소설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서 한 시간이면 끝날 회의가 몇 시간이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들이 제시하는 의견도 취향에 가깝거나 부분적인 경우가 많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그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_ 87~88p
1. 내가 아트에게 선을 넘지 않을 것. 2. 지금 우리 게임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는 maybe 나일 것인데... 그렇다면 내가 다른 기획자 or 프로그래머들에 비해 시나리오 작성에 있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3부. 게임을 만듭니다
기획자 분류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 창작
퀘스트 기획자 : 게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퀘스트 제작
콘텐츠 기획자 : 게임 내 콘텐츠 제작(즐길 거리)
시스템 기획자 : 게임 구성에 필요한 각종 규칙, 공식 설계
전투 기획자 : 스킬, AI와 같은 전투 관련 요소 기획
밸런스 기획자 : 전투, 경제, 성장 관련 밸런스 담당
레벨 기획자 : 플레이 공간 기획(필트와 같은)
UI/UX 기획자 : UI, 인터페이스 구조 설계 _106~107p
이걸 보니... 내가 전투 기획 제외하고는 전부 하는구나...
콘솔 게임이 '작품'이라면, 온라인 게임은 일종의 '서비스'다. ...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건 역시나 콘솔 게임이다. _112~113p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건 결국엔 기획적인 요소다. 게임 기획자가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가에 따라 게임의 완성도와 신선도가 달라진다. 스토리 비중이 높은 인디 게임의 경우 시나리오 기획자의 역량이 곧 게임의 완성도다. _ 120~121p
느낀 점 첨언.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가'라는 말은 '어떤 방향으로'가 포함된다. 트러블이 생길 요소 등을 사고 실험을 통해 알아내는 것이 실력이지 않을까? (물론 실제 빌드를 해 보고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게임 기획자가 되고서 잃은 것 중에서 가장 큰 건 '게임하는 즐거움'이다. ... 내가 게임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이유는 순전히 직업병 때문이다. 게임을 하면 나도 모르게 시스템을 살피고 기획자의 의도를 고민할 뿐만 아니라 구현 방법까지 생각하게 된다. 신입 게임 기획자는 그 경계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몰입해서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게임에만 집중하지는 못한다. 연출극에서 말하는 '소격효과'가 게임 기획자에게 계속해서 일어나는 셈이다. ... '게임하는 즐거움'을 잃은 대신 얻은 건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이다. _ 123~127p
벌써부터 그렇다... 일단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의 폭이 굉장히 좁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새롭게 어제 지적받은 것에 더하여, 요즘 레퍼런스작들을 여러 개 선정해 두고 기획적인 부분에서 막힐 때 마다 계속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기말고사 공부와 과제와 이것저것에 더해) 주 게임인 메이플 일퀘를 (요즘은 간간히 빼먹고) 매일 하며, 레퍼런스 작들을 플레이하며, 게임 폭을 넓힐 다른 작품들도 플레이하느라... 바쁘다.
사실 모순이며 아직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내 게임의 폭이 좁은 탓에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즐거움을 알지만... 하드 게이머들에 비해서는 그 즐거움이 적었을 수도 있고, 그에 반해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이 더 컸다는 이유의 경제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좋은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게임을 하는 것도 즐겨야 하는 기본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 또한 꾸준히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나름 일반인 수준에서는 하드한 게이머였는걸...
MMORPG 제작팀에서 선호하는 인재상 중 하나가 '헤비 과금러'다. 만약 MMORPG 게임 기획자로 지원하는데, 길드 콘텐츠를 잘 알고 (상위 길드의) 길드 마스터까지 했다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몇천 단위를 과금한 게이머가 채용되었다는 풍문을 들은 적도 있다. ... 게임에 접속하면 항상 있어서 24시간 게임만 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 게이머는 누구보다 그 게임에 진심으로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게임에 대한 열정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게임 기획자는 게이머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_ 131~132p
내 얘기에요!!! 물론 내가 몇천 단위로 과금하지는 못하지만... 그리 큰 길드는 아니었지만 길마도 했고... 이런 얘기는 반갑긴 한데 웃기다... 웃프다...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정 관리의 실패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 전부 입사 당시에 계획되어 있던 일정을 넘겼다. 일정이 연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정권자가 게임의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서다. _ 144p
게임 기획 세미나 2강... 인디 게임 개발에서는 PD와 PM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