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무엇인가? 2
Mar 28, 2024

우리는 ‘게임 안에’ 있을 때 ‘게임 밖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느낌, 그리고 가치를 갖게 된다. 어떻게 단지 규칙의 집합일 뿐인 게임이 이런 마술적 효과를 끼칠 수 있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봐야만 한다. The Art of Game Design, 79p
내가 알고자 하는 대상을 내 쓰임에 맞게 정의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껏 나는 ‘게임은 세계다’라는 나만의 정의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된 기획자로서의 철학도 곧잘 써먹곤 했다.
기획 세미나를 준비하며 게임 기획의 개론서와 같은 ‘The Art of Game Design’을 읽다,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게임이 세계라면, 그래서 그 세계에서 왜 살고 싶을까? 쌩까면 아예 없는 세계인데”
79p에서 생긴 나의 의문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내 정의를 확장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되어 이 기록을 남긴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게임을 좋아할까? 사람들은 일부에는 들어맞지만 모든 게임에 들어맞지는 않는 대답을 한다. “난 친구들이랑 게임하는 게 좋아”, “난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 “난 다른 세계에 빠져든 느낌이 좋아” 등등. 하지만 사람들이 게임플레이에 대해 말할 때 종종 내놓는, 모든 게임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 대답이 있다. “나는 문제를 푸는 게 좋아.” 이건 좀 묘하지 않은가? 보통 ‘문제’란 부정적인 의미다. 하지만 정말로 우린 문제를 풀 때 기쁨을 느낀다. The Art of Game Design, 80p
책에서는 ‘일부에는 들어맞지만 모든 게임에 들어맞지는 않는 대답’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이 대답들이 모든 게임에 들어맞지 않는 이유는, (개인에게 물어봤을 때의 대답이므로) 그 플레이어 개인의 플레이 취향이 담긴 대답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난 친구들이랑 게임하는 게 좋아”라 대답한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가 지원되는 게임을 좋아했을 것이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솔로 플레이를 지향하는 장르는 잘 즐기지 않았을 것이고), “난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라 대답한 플레이어는 닌텐도 wii나 Just Dance같은 스포츠를 표방한 게임을 좋아했을 것이고, “난 다른 세계에 빠져든 느낌이 좋아”라 대답한 플레이어는 나와 같이 RPG류를 즐기는 플레이어였을 것이다.
“난 다른 세계에 빠져든 느낌이 좋아”. 이 대답은 나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대답이었다. 이 대답이 불완전하다고 언급되었으므로, 나의 정의에는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게임은 세계다”라는 정의가 멀티 플레이 게임이나 Just Dance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정의를 확장하게 되었다.
게임은 다른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적인 행위이다.
뭔가 훨씬… ‘영웅적인’이라는 단어 때문인가 잘난 체 하는 것 같은 정의이지만 하여튼 그렇다.
플레이어는 다른 세계(게임)에 소속되어, 플레이어를 적당히 자극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내생적 찬양과 기타 보상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영웅으로 느끼게 된다.
이는 꼭 웹툰(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극장 던전’과도 같은 방식이다. ‘전독시’의 ‘극장 던전’이란, 영화관에서 유명 영화의 포스터 안으로 들어가 영화의 주요 갈등을 해결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다.
흥미롭게도, ‘전독시’의 ‘극장 던전’과 게임과의 유사함을 포착할 때 우리는 게임이라는 매체와 영화라는 매체 간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글과 그림, 애니메이션이 포함된 매체이며, 게임은 거기에 ‘상호작용’이라는 한 가지가 더 포함된 매체이기 때문이다.

짜증나는 게임 광고로 꼽히는 아래 게임은 ‘영웅적인 행위’에 집중해 플레이어를 충분히 자극하는 문제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게임의 기획자는 플레이어를 ‘아주 쉽게 영웅으로 추대받도록’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위해 이기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다.
플레이어가 적당히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챌린지들을 삽입하고, 그에 따른 (현실보다야 훨씬 후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의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세계여야 한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플레이어들을 용사님이라 부른다. 로스트아크에서는 모험가님이라 부른다. 플레이어가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방해하지 않음과 동시에, 그들이 영웅임을 강조하는 호칭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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